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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건축학개론>은 첫사랑이라는 보편적 감정을 아름답게 풀어낸 작품이다.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삶이 교차하는 구조를 통해, 한때의 설렘과 아픔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이 글에서는 영화 속 이야기를 통해 첫사랑의 감정과 그 시절의 추억을 돌아보았다.
첫사랑, 그 풋풋하고 서툴렀던 시절
영화 <건축학개론>을 다시 보게 된 건 우연이었다. 처음 봤을 땐 그냥 그런 멜로 영화라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접한 이 영화는 전혀 다른 감정을 안겨줬다. 배우들의 풋풋한 모습과 함께 떠오른 건, 바로 나의 첫사랑이었다. 이 영화를 통해 우리는 순수했던 감정과 그 시절의 시간들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었다.
주인공 승민은 건축사무소에서 일하던 중, 첫사랑 서연을 다시 만나게 된다. 과거 대학 시절, 건축학개론 수업에서 처음 만나 숙제를 함께하며 가까워졌던 두 사람. 승민은 서연에게 첫눈에 반했고, 서연 역시 그에게 호감을 느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선배의 개입과 오해로 인해, 그들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멀어지게 되었다.
그 시절 감정은 삐삐, 공중전화, 편지로 이어지던 시대의 정서와 맞닿아 있다. 아날로그 감성이 가득했던 그 시대의 첫사랑은, 지금의 디지털 연애와는 다른 따뜻한 느낌을 줬다. 영화 속 배우들의 모습에서 그런 감정이 고스란히 묻어났고, 보는 이로 하여금 자신만의 첫사랑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이루지 못한 사랑이 남긴 흔적
영화는 현재로 돌아와, 다시 만난 두 사람의 이야기를 이어간다. 제주도에 집을 짓고 싶다는 서연의 요청을 승민이 받아들이면서 다시 한번 두 사람의 감정이 흔들린다. 함께 설계를 해나가며 그들은 잊었던 감정을 재확인하게 되고, 아직도 서로에게 마음이 남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버린 지금, 두 사람은 각자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승민은 약혼자가 있는 상황이었고, 서연 역시 과거의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못한다. 결국 승민은 미국으로 떠나며, 서연에게 ‘기억의 습작’ CD를 남기고 떠난다. 서연이 음악을 들으며 창밖을 바라보는 장면은, 많은 이들의 기억 속 첫사랑을 떠올리게 만들며 영화의 여운을 깊게 남겼다.
이 장면에서 필자 역시, 나와 내 친구들의 첫사랑 이야기를 떠올렸다. 한 친구는 대학 시절 꽃반지를 나눠끼며 약속했던 사람과 이별한 뒤, 지금은 혼자 평온한 삶을 살고 있다. 또 다른 친구는 부모님의 반대로 사랑을 이루지 못했지만, 마음 아파할 때 곁에 있던 사람과 결혼해 독일로 떠났다. 이런 이야기들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고, <건축학개론> 속 장면들이 현실로 이어지는 듯한 기분을 들게 했다.
영화가 던지는 질문, 그리고 아련한 추억
<건축학개론>은 단순히 멜로 장르에 머무르지 않았다. 영화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감정이 어떻게 변해가고, 또 어떻게 남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처음에는 이 영화가 왜 그렇게 흥행했는지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 보니 수지와 이제훈의 풋풋한 연기와 함께 느껴지는 감정의 결이 그 이유였음을 알게 됐다.
조정석이 연기한 납득이 캐릭터는 시대의 분위기를 반영한 동시에, 영화에 유쾌함을 더했다. 당시에는 큰 웃음을 줬던 농담들이 지금은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 또한 시간의 흐름을 실감케 했다. 엄태웅과 이제훈, 한가인과 수지의 세대 간 연기를 통해 시대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감각적으로 표현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결국 이 영화는 ‘만약’이라는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승민이 조금 더 용기를 냈더라면, 두 사람의 운명은 달라졌을까? 첫사랑은 그렇게 언제나 현재진행형의 질문을 남긴다. 그리고 그 질문은, 우리 각자의 기억 속에 자리 잡은 첫사랑을 다시 꺼내보게 만든다.
영화 <건축학개론>은 첫사랑이라는 테마를 통해 시간, 공간, 감정이 어떻게 얽히고 흘러가는지를 보여준다. 첫사랑은 누구에게나 특별하고, 때로는 아프지만, 그만큼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는다. 이 영화는 그 감정을 조심스럽게 꺼내 보여주며, 관객 각자의 과거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그래서 <건축학개론>은 단순한 영화가 아니라, 한 편의 인생 에세이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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