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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로봇소리 포스터
영화 로봇소리 포스터

<일렉트릭 스테이트>와 <로봇, 소리>는 시대와 제작 환경은 다르지만, 모두 ‘로봇’이라는 비현실적 존재를 통해 인간의 현실적인 감정을 건드리는 영화다. 실종된 가족을 향한 간절한 여정, 로봇과 맺는 정서적 유대, 그리고 결국은 이별과 수용이라는 공통된 테마 속에서 두 영화가 어떤 차이를 보여주는지 비교해본다.

딸을 찾는 여정, 감정의 방향은 다르다

<일렉트릭 스테이트>는 1990년대 디스토피아 평행세계를 배경으로, 소녀 미셸이 실종된 남동생을 찾기 위한 여정을 담고 있다. 로봇 ‘코스모’와 함께 황무지를 떠도는 이 이야기에는 가족애와 정체성, 감정적 치유의 서사가 녹아 있다. 미셸은 강인한 주체로 묘사되며, 여정을 통해 스스로를 회복해나간다.

반면 <로봇, 소리>는 한국 사회의 현실과 맞닿아 있다. 딸을 잃은 아버지 ‘해관’이 로봇을 만나게 되며 시작되는 이 영화는, 자식을 향한 부성애가 중심축이다. 배경은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라는 실존 사건과 맞물려, 감정의 밀도가 높다.

두 영화는 모두 실종된 가족을 찾는 과정을 다루지만, 감정의 표현 방식이 다르다. <일렉트릭 스테이트>는 시각적이고 서정적인 톤으로 감정을 담담히 풀어내는 반면, <로봇, 소리>는 현실적이고 정제된 감정의 폭발로 관객의 공감을 자아낸다. 해관의 슬픔은 전면에 드러나고, 관객은 그의 고통에 더 직설적으로 몰입하게 된다.

인간보다 인간다운 로봇, 코스모와 소리

<일렉트릭 스테이트>의 로봇 ‘코스모’는 말없이 감정을 전달하는 존재다. 미셸과의 눈맞춤, 손을 잡는 순간, 고장난 몸으로 미셸을 보호하는 장면 등에서, 관객은 코스모가 단순한 기계가 아닌 ‘정서적 파트너’로 느껴진다. 루소 형제 특유의 절제된 연출은 감정을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데에 집중한다.

<로봇, 소리>의 ‘소리’는 훨씬 인간적인 방식으로 등장한다. 인공지능 스피커에 가까운 디자인, 심은경 배우의 따뜻한 음성 연기, 그리고 어딘가 귀엽고 엉성한 모습까지, 소리는 해관의 감정에 반응하고, 그와 정서적으로 연결되는 독특한 캐릭터다. 소리의 "위잉~" 소리나, 머리를 돌리는 모션 하나하나에 관객은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

특히 <로봇, 소리>는 ‘음성’이라는 감각을 통해 정서적 연결을 강화한다. 이는 시청각의 정보가 전부인 영화에서 매우 신선한 방식이었다. 감정의 전달이 연출과 디자인을 통해 이뤄진 <일렉트릭 스테이트>와는 다른 경로다.

대작과 소품의 간극, 그러나 여운은 닮았다

<일렉트릭 스테이트>는 4,600억 원 규모의 블록버스터다. 압도적인 CG, 세밀한 디스토피아 묘사, 스케일 큰 로드무비 구성 등에서 할리우드의 스펙터클이 느껴진다. 루소 형제의 연출력과 밀리 바비 브라운, 크리스 프랫 등 화려한 캐스팅 또한 이 영화의 대작 분위기를 강화한다.

반대로 <로봇, 소리>는 소박하다. 헐리우드의 로봇 영화들과 비교하면 다소 단출한 CG와 제한된 공간, 한국 사회와 정서에 맞춘 이야기 구조로 진행된다. 하지만 바로 그 점이 장점이 되었다. 현실에 뿌리내린 이야기, 평범한 아버지 해관의 모습은 관객에게 더욱 강한 공감을 끌어낸다.

감정의 결을 비교하면 <일렉트릭 스테이트>는 서정적이고 은유적이며, <로봇, 소리>는 직접적이고 현실적이다. 하지만 두 작품 모두 마지막 순간, 남겨진 이가 진심으로 누군가를 보내는 장면에서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다. 미셸이 동생을 기억하며 여행을 마무리하듯, 해관은 딸의 마지막 목소리를 들으며 진심으로 이별을 한다.

<일렉트릭 스테이트>와 <로봇, 소리>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인간과 로봇, 그리고 가족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하나는 할리우드식 시각적 감성으로, 다른 하나는 한국적 정서로 깊은 여운을 남긴다. 로봇이 매개가 된 감정의 여정을 경험하고 싶다면, 두 작품을 함께 감상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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