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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나와 엘리스
영화 하나와 엘리스

 

이와이 슌지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인 하나와 앨리스는 일본 특유의 감성과 섬세한 감정선을 담아낸 작품으로, 사춘기 소녀들의 사랑과 우정, 오해와 성장이라는 주제를 다룬다. 이 글에서는 영화 속 오해를 중심으로 감독이 어떻게 이를 해석하고 시각화했는지를 분석한다. 특히 관객 입장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의 결, 영상미, 그리고 인물 간의 미묘한 관계를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오해의 시작: 하나의 시선

"시작은 앨리스부터였다."
학교 가는 길, 전철에서 처음 마주친 소년. 앨리스는 이 설렘을 단짝 친구 하나에게 먼저 전하고 싶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이야기를 들은 하나 역시 같은 감정에 빠져들게 되며, 두 소녀 사이엔 처음으로 미묘한 ‘오해’가 싹튼다.

하나는 선배를 보기 위해 그가 소속된 동아리에 무작정 가입하고, 우연한 기회에 선배와 가까워질 수 있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겉보기에는 엉뚱하고 발랄한 행동이지만, 이 장면 속에서 이와이 슌지는 하나의 감정을 '가스라이팅'이라는 사회적 키워드와 맞닿게 하며 관객들에게 감정의 윤리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감독은 이 ‘오해’를 통해 십대 소녀의 서툰 사랑이 얼마나 폭넓은 감정의 영역에 닿을 수 있는지를 조명한다. 오해는 하나의 일방적인 감정에서 비롯되었지만, 그것이 어떻게 우정의 균열을 만들고, 또 인물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는지 영화는 섬세하게 묘사한다.

엘리스의 감정선과 성장

하나와 대조적으로, 엘리스는 다소 차분하고 내면적인 인물이다. 하나가 감정에 솔직하고 적극적이라면, 엘리스는 복잡한 감정들을 안으로 삭이려는 타입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두 소녀의 시선으로 동시에 전개되며, 이와이 슌지는 이중 시점 내러티브로 오해가 얼마나 다른 방향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엘리스는 하나의 감정과 행동을 이해하려 노력하지만, 점점 자신도 모르게 감정에 휘말리고 만다. 결국 그 오해 속에서 본인의 진심과 마주하게 되고, 그 경험은 엘리스를 한 단계 더 성장하게 만든다. 이와이 슌지는 이러한 감정선을 매우 현실감 있게 풀어낸다. 마치 관객에게 “이 감정, 너도 한 번쯤 겪지 않았니?”라고 묻는 듯한 연출이 이어지며, 자연스럽게 감정이입이 이루어진다.

특히 인물 간의 대사와 침묵이 주는 힘, 자연광과 색감을 활용한 영상미는 영화의 감정을 한층 더 고조시킨다. 엘리스는 단순히 조연이 아닌, 자신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주인공’으로서 기능하며, 두 사람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지점은 이 영화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이 슌지의 감정 연출과 계절감

이와이 슌지 감독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계절감’과 ‘감정의 결’을 영상으로 표현하는 능력이다. 하나와 엘리스는 여름의 이미지와 감정적 열기를 그대로 담아낸 작품이다. 습기 찬 공기, 하늘의 색, 흐릿한 창문 너머의 풍경들. 그 모든 것이 인물의 내면과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마치 감정 자체가 계절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감독의 전작인 <4월 이야기>는 봄, <러브레터>는 겨울, <라스트 레터>는 가을을 담았다면, <하나와 엘리스>는 여름의 뜨거운 성장통을 그린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와이 감독은 늘 계절과 감정을 병치해 연출하고, 그 안에 인물의 변화와 감정의 파고를 담는다.

이 영화에서는 아오이 유우의 매력이 특히 돋보이며, 일본영화 특유의 과장된 대사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연출 속에서는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온다. 오히려 자연스럽고 정감 있는 분위기로 느껴져 일본영화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에게도 충분히 접근 가능한 작품이 되었다.

<하나와 엘리스>는 단순한 청춘 로맨스 영화가 아니다. 오해를 통한 감정의 균열, 관계의 변화, 그리고 소녀들의 성장이라는 테마를 감각적으로 풀어낸 이와이 슌지 감독의 대표작이다.

어린 시절의 서투른 사랑, 단짝 친구와의 우정, 말하지 못했던 감정들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마음 한 켠에 남는다. 이 영화는 그런 추억을 소환하며, 관객에게 자신만의 ‘하나와 엘리스’의 순간을 떠올리게 만든다. 일본 영화 특유의 섬세한 감정 연출과 영상미가 어우러진 이 작품은, 다시 한 번 보고 싶은 청춘영화로 추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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