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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만 탓할 수 없는 현실, 그럼에도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
- 선행학습과 자율성, 그리고 지금 필요한 진짜 교육에 대하여
초등학생 대상의 '미적분 반'이 금방 마감이 되었다는 영상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많은 부모들이 말합니다.
"나도 알아요. 너무 빠르다는 거. 근데… 다들 하잖아요. 이 구조에서 우리 아이만 느긋하게 두는 게, 정말 괜찮은 걸까요?"
교육 시스템 속, 선택지가 좁아지는 부모와 아이들
지금의 교육 현실은 아이들에게 깊이 생각하고 천천히 성장할 시간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 중학교 입학과 동시에 진로를 정하라고 하고
- 고등학교 1학년이면 사실상 입시 전략을 끝내야 하며
- 선택 과목 하나만 잘못 골라도 되돌리기 힘든 구조
어떤 교육 철학을 가졌든, 이 체제 바깥에서 독립적으로 교육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래서 많은 부모들이 어쩔 수 없이, 혹은 자기도 모르게 ‘경쟁의 흐름’에 아이를 태우게 되는 것이죠.
선행의 역설: 배우지만 자라지 못하는 아이들
선행학습이 무조건 나쁘다고 단정할 순 없습니다. 어떤 아이는 선행을 통해 흥미를 느끼고 스스로 학습의 길을 찾아가기도 하니까요.
문제는 이 과정이 “아이의 속도”가 아니라 “사회적 비교와 조급함”에 따라 결정된다는 점입니다. 그 결과로,
- 이미 배운 내용을 수업 시간에 '지루하게 참아야만 하는' 아이
- 친구를 지적하고, 자신을 과시하며 관계를 망가뜨리는 아이
- 깊은 이해 없이 진도만 나가는 공부 방식에 익숙한 아이
- 스스로 해본 적 없는 일들 앞에서 쉽게 무너지는 아이
성장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문제를 스스로 붙잡고 씨름할 수 있는 시간, 실패를 경험하고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여유,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이 뭔지 충분히 느껴볼 수 있는 여백. 그 시간이 아이들에게 지금 거의 주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학교도, 제도도, 심지어 부모도 아이에게 그 시간을 허락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붙잡아야 할 것들
부모는 개인이지만, 교육은 사회적 시스템입니다. 그래서 개인의 노력만으로 교육의 방향을 바꾸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분명 존재합니다.
- 모든 걸 앞당기기보다는, 아이의 내면이 따라오고 있는지 돌아보기
- “성적 말고 다른 것도 잘하고 있구나”라고 말해주기
- 실패를 ‘망함’이 아니라 ‘경험’으로 바라보게 하기
- 친구와의 관계, 감정 조절, 자기표현도 학습으로 인정해주기
그리고 더 중요한 건, 교육을 제도화하는 사람들에게 목소리를 내는 일입니다.
“시험을 잘 보는 아이보다, 스스로 사고할 수 있는 아이를 키우는 제도를 만들어 달라”고.
“12년 내내 경쟁하지 않아도, 아이가 자기 속도로 자라게 해달라”고요.
교육은 결국 ‘삶을 준비하는 시간’이어야 합니다
선행학습이 아이를 불행하게 만드는 유일한 원인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것이 ‘아이의 삶의 주인으로 성장할 기회’를 빼앗고 있다면, 지금 우리는 멈춰서 다시 물어봐야 합니다.
“이 공부, 누구를 위한 것인가요?”
그 질문을 던지고 아닌 길에 과감히 돌아설 줄 아는 것이, 지금 우리가 부모로서, 어른으로서 해야만 하는 용감한 행동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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