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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보다 먼저, 아이의 마음이 준비됐는지 살펴주세요
“영어유치원 10곳 생기면 소아정신과 1곳이 생긴다.”
이 말, 그냥 우스갯소리로 넘길 수 없어요.
요즘 아이들, 정말 빠르게 많은 걸 배우고 있지만 그만큼 마음이 지칠 기회도 많아졌어요.
조금만 늦어도 뒤처질까 걱정되고, 남들 다 하는데 우리 아이만 안 시키면 안 될 것 같고…
그 불안한 마음이 앞서서, 하루 종일 영어로 수업하는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게 되죠.
그런데 돌아보면 어땠나요?
아이 표정이 밝아졌나요? 아니면 더 무표정해졌나요?
사춘기인 줄 알았는데, 그냥 너무 지쳤던 거였어요
초등 고학년이 되면 부모님들이 이런 말을 자주 해요.
“요즘 애가 말을 안 들어요.”
“공부를 하긴 하는데 의욕이 없어요.”
그럴 때 많은 분들이 “벌써 사춘기가 왔구나” 하고 생각하시는데요,
실은 그보다 더 오래전부터 지쳐 있었던 거예요.
영어유치원, 선행학습, 학원 숙제, 평가…
“하기 싫다”는 말도 못하고 쌓인 피로가,
그 나이쯤 돼서야 한꺼번에 드러나는 거예요.
아이들이 공부를 싫어하게 되는 이유는 ‘공부가 어려워서’가 아니라,
그걸 버틸 만큼의 여유도, 감정도 남아있지 않아서예요.
영어 잘하려면, 국어부터요
많은 부모님들이 영어 실력이 빨리 늘기를 바라시죠.
그래서 파닉스부터 원어민 회화, 듣기, 암기까지 열심히 시켜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이가 문장 만들기나 글쓰기는 어려워하고,
“이 문장 과거야, 현재야?” 같은 질문에도 헷갈려하죠.
이게 왜 그럴까요?
영어가 어려운 게 아니라, 국어가 안 돼 있어서예요.
국어 문장에서 시제를 구분하지 못하면, 영어에서도 똑같이 헷갈릴 수밖에 없어요.
말하자면, 국어는 영어라는 나무가 자랄 수 있는 뿌리 같은 거예요.
발음보단 문장 이해력이 먼저예요
또 많이 걱정하시는 게 ‘원어민 발음’이에요.
근데 솔직히, 발음 조금 굴려서 말하면 뭐해요.
아이 스스로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그냥 외웠어요”라고 말하는데요.
아이들이 영어를 잘하고 싶다는 마음보다
“틀리면 안 돼”, “부끄러워” 하는 마음이 더 크면,
아무리 예쁘게 말해도 의미 없는 껍데기 말이 되는 거예요.
차라리 아이가 “이게 왜 과거형이야?”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게 더 중요한 거예요.
그걸 함께 이야기하면서 언어가 ‘의미’로 이어질 수 있게 도와주는 게 공부의 시작이니까요.
영어를 잘하려면, 국어 실력이 먼저예요
영어는 중요한 도구. 하지만 그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도 먼저 필요한 건 국어 실력이에요.
실제로 아이가 문장을 만들고 의미를 이해하려면, 모국어로 ‘시제’, ‘문장 구조’, ‘어휘력’을 이해하고 있어야 해요.
예를 들어 “나는 달린다”와 “나는 달렸다”는 문장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영어로 run과 ran을 구분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국어 실력이 부족한 아이는 이 기본적인 시제 구분조차 어렵습니다.
결국 영어 문장도, 독해도, 영작도 모두 헷갈려지는 거죠.
아이들이 영어를 어렵다고 느끼는 이유 중 하나는,
영어가 어려운 게 아니라 국어가 안 되어 있어서예요.
국어는 단순히 한 과목이 아니에요.
읽고, 이해하고, 표현하는 능력—이게 있어야 수학 문제도 풀고, 과학 개념도 이해하고,
영어 문장도 만들 수 있는 거죠.
영어보다, 마음이 먼저예요
아이들한테 정말 필요한 건 빠른 시작이 아니라 준비된 마음이에요.
공부가 ‘재미있는 경험’이 되어야 그게 오래가요.
하지만 너무 일찍, 너무 많이, 너무 빠르게 시작하면
아이는 지치고, 공부는 그냥 ‘해야만 하는 고통’이 돼요.
그리고 어느 날 이렇게 말하죠.
“나 진짜 이제 공부 못 하겠어.”
그건 사춘기가 아니라, 오랫동안 지쳐 있었다는 신호예요.
지금 우리 아이, 괜찮은가요?
“지금은 영어보다 국어가 중요해요.”
“지금은 학습보다 감정이 우선이에요.”
아이를 너무 앞서 달리게 하지 말고,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 한 번 바라봐 주세요.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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